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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사고, 운전자만의 잘못인가?

자동차 칼럼

by toomuch 2016. 9. 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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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운전자만의 잘못인가?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도로위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정말 운전자의 잘못일까? 미신적인 측면에서 '지박령'이 도로위에 박혀있으면 그 근처는 사고가 자주 나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을 해보면 도로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해보게 된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을 때에는 비상식이 어떤 현상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되며, 사고가 자주 나는 곳에서 운전자의 특별한 잘못 혹은 차량결함이 아닌 경우에는 도로설계를 의심하는 것이 합리적인 이해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더 신기한 것은 딱 보기에도 꾸불꾸불한 길에서는 그리 사고가 잘 나지 않는다. 오히려 안그럴 것 같은 곳이 사고가 많이 나는데, 인간의 감각기관이 생각보다는 그리 뛰어나지는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착시가 발생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에서의 교통사고 발생은 얼마나 될까?




통계자료가 좀 오래되긴 했지만, 전체적인 추이를 살펴보면, 교통사고는 감소추세이다. 하지만, 사망자와 부상자는 크게 줄어들지는 않고 있다. 물론, 차량의 기술발전에 의해서 예전보다는 더욱 안전해지고 사망사고를 줄일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도로 위는 위험하다. 







분명 도로 자체의 문제가 있다.



청주 명암타워 근처의 산성도로는 새롭게 길이 바뀌고 나서는 사고가 급증하고 있어서 '죽음의 도로' 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곳은 급커브 구간이 무려 4군데가 계속되는데, 지난달까지의 사고를 살펴보면 2009년 12월에 개통한 이후에 총 41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77명이 부상을 당했다.



△ 청주 산성도로


내리막길에 급커브인 곳이어서 대형 화물차들의 사고가 많았고, 교통당국에서는 화물차에 대한 통행제한까지도 건 상태이다. 가파른 경사도와 잦은 커브길. 제 아무리 규격에 맞춰 만들어진 도로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사고가 잦은 곳은 단순히 행정상 교통을 통제하는 것이 아닌, 도로설계는 제대로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 사고가 많은 곳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청주 산성도로는 사실 최초 설계 당시에는 회전각을  크게 만들기 위해서 청주시 금천동 방면으로 합류도로를 연결시킬 계획이었지만, 토지보상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해 설계를 변경했고 이로 인해 지금의 '죽음의 도로' 가 탄생한 것이다. 아무리 토지보상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설계변경으로 인한 도로 안전성의 문제는 운전자만의 문제로만 치부하고, 2.5톤 이상의 화물차 제한이라는 임시방편 문제로만 덮기에는 심각하다.


그리고, 엄청난 사고가 연속적으로 발생한 곳은 청주 산성도로 뿐만이 아니다.




한해에만 90면의 사상자가 난 도로. 이렇게 잦은 대형사고가 나는 곳은 필시 도로설계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마래터널은 사고의 이유가 자명하다. 해당 TV 프로그램을 시청했다면 쉽게 이곳이 왜 이런 사고가 자주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곳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주변에서 이렇게 사고가 쉽게 날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많다. 




이곳은 굽어있는 터널인 동시에, 터널의 끝에 신호등이 위치해 있어서 흐름이 끊겨버린다. 따라서 뒤에서 따라오던 차량들이 추돌한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굽어있는 터널과 신호등의 조합이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는 여유를 주지 못한다. 순천 국토 관리 사무소에서는 시공할 때 시설기준에 맞췄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고 하지만, 너무나도 잦은 터널과 흐름을 끊어버리는 신호등. 총 560km 의 거리 중 30km 구간에서  8개의 터널이 존재한다. 




자, 이제 한번 다시 이야기해보자. 도로설계의 문제는 없는 것인가?



이것을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못한 운전자의 과실만으로 몰아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과연 운전자만의 과실이냐는 것이다. 도로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지고, 관리되어지는 곳이다. 운전자가 터널 속으로 들어가고 나올 때 도로의 정보를 파악할 수 없는 어두운 터널. 시야확보가 되지 않도록 설계된 터널은 분명 잘못이다.


또한, 픽세이션(Fixation) 현상(*동공이 한 곳을 향해서 고정된 현상)이 발생하게 되어 운전자가 착시를 하게 하거나 조도의 차이에 의해 터널 입구와 출구에서 제대로 시야확보가 되지 않는 점은 운전자가 제어할 수 없는 현상들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를 운전자의 과실만으로 몰아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과연, 우리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도로가 제대로 설계되었고 유지되고 있는지, 왜 이러한 위험한 도로 설계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화를 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곡선구간의 터널, 터널의 조명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 곳 등 안전과 관련해 위협적인 도로가 많다.



대표이미지


삐딱한 차선, 효율적이지 못한 신호체계 및 사고를 일으킬 수 밖에 없는 도로. 운전자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이렇게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죽음의 도로는 수정해야만 한다. 그럴 수 있는 것은 민원을 제기하는 시민의 힘이다. 그리고, 책상앞에서만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서 직접 살펴보는 공무원의 자세 또한 필요하다. 이 역시 시민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고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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